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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음악 관련

연극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 쇼케이스 공연 정보 (2020 두산아트랩 Doosan Art LAB 선정작, 추태영 작.연출)

안녕하세요! 뮤지컬소동입니다. 오늘은 Doosan Art LAB, 두산아트랩의 여섯 가지 선정작 중 하나인, 연극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에 대하여 공연 관람, 공연장 정보, 두산아트랩 소개 등을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1.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이번 두산아트랩에서 진행했던 연극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의 쇼케이스를 보러 가게 되면서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공연장을 처음 이용해보았습니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소극장이고 크진 않습니다. 무대가 있고, 객석이 있어야 할 곳에 의자를 깔아 둔 느낌인듯 합니다. 고정된 의자, 좌석은 아니었지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단차도 있어서 시야가 답답하거나, 앞자리 사람에게 심하게 가려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코로나가 심해짐에 따라 좌석이 빈자리가 나와 넉넉했다 느꼈을 수도, 비지정석으로 운영되어 제가 가서 보기에 편안한 곳을 앉는 등등의 이유로 그리 느꼈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공연장은 아니어서 가까이서, 어느 정도의 단차로 공연을 잘 감상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2. About 1. 두산아트랩 (Doosan Art LAB)

 

두산아트랩은 쇼케이스, 독회, 워크숍 등 다양한 형식으로만 만 40세 이하 예술가들의 새로운 실험을 지원하는 두산아트센터만의 프로그램입니다. 두산아트센터에선 발표 장소(Space111/연습실), 무대기술, 부대장비, 연습실 및 소정의 제작비 등을 지원하고, 매년 정기 공모를 통해 서류 심사 및 개별 인터뷰로 선정하고 있어요. 올라오는 공연들에 대해서도 인스타그램 등지에서 홍보를 굉장히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2020 두산아트랩의 라인업 중에서 연극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를 보고 왔습니다. 예술가들의 새로운 실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전석 무료공연(1인 2매)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무료 공연이고, 공연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진 분들께서 열심히 티켓팅을 하시기에, 저 또한 티켓팅 당일 열심히 티켓팅 하여 매진이 되기 전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3. About 2. 연극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 쇼케이스

 

연극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는, 2.20(목)~2.22(토) 목금 8시 토 3시, 7시 이렇게 네 번에 걸쳐서 70분간의 쇼케이스로 시연되었습니다. 아티스트 토크는 2.20(목), 2.21(금) 공연 후에 이루어졌고, 저는 20.02.21. 금요일 공연을 보러 가서 전 배우와 연출이 참여한 아티스트 토크까지 보고 왔습니다.

 

공연 정보를 적기에 앞서, 연극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 쇼케이스를 소개해드립니다.

기획: 두산아트센터작: 추태영 백지영
연출: 추태영
출연: 이경훈 김수민 이창민 박석원 조수지 강수현 김설빈 김윤아 정아람
무대디자인: 이윤지
영상디자인: 이아단
쇼케이스 70분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는 다큐멘터리 작가가 ‘르완다 대학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 과정을 취재한 실제 녹취록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끌로에는 자신을 찾아온 가해자 장 끌로드의 화해 요청을 계속해서 외면한다. 하지만 장 끌로드가 일곱 번째 화해를 요청하던 날, 그의 사과를 받아주기로 한다. 추태영 은 녹취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드라마와 배우들과의 공동창작을 통해 도출한 결과물을 버바텀(verbatim*) 형식으로 결합해 선보인다. 작품을 통해 시대와 개인에게 필요한 진정한 ‘화해’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추태영은 극단 명작옥수수밭 연출부 소속으로 다큐멘터리 형식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다양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적 화두를 끄집어내 질문을 던진다.

 

* 버바텀(Verbatim): ‘말 그대로’, ‘문자 그대로’를 뜻하는 단어로 연극에서는 사실을 그대로 재연함을 의미

 

<추태영 연출 이력>

협력연출 연극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조연출 연극 <엑소더스><돈키호테 남극 빙하> 외
기획/극작 뮤지컬 <너의 독립을 선포하라>

 

출처: 두산아트랩 공연 소개

위의 소개글처럼, 연극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는 '르완다 대학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 과정을 취재한 실제 녹취록을 바탕으로, 연출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함께 끄집어내어 교차로 보여주며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3. 공연 정보

 

이렇듯 무거운 주제로 출발하여, 이와 더불어 출연하는 배우들과 연출의 솔직한 이야기까지 녹여내어 전개된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 연극은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저는 이 연극을 통해 용서화해에 대한 의미를 좀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연극을 보면서, 또 아티스트 토크까지 들으면서 궁금했던 게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1. 
르완다 사례에서의 용서와 나머지 배우와 연출의 이야기 속 용서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건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개개의 사건의 경중을 비교하는 건 섣부르다 생각했습니다.) 르완다 사례와 배우들의 가족, 주변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용서라는 범주안에 들어는 가지만 좀 다르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르완다 사례에선 가해, 피해가 명확하고 용서받아야 할 '죄', '잘못'이 명확한 것에 반해, 배우들이 말한 용서는 가해자가 스스로 그 잘못을 인식? 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죄', '잘못'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는데 르완다와 배우와 연출의 사례가 서로 같은 '용서'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사실 배우와 연출의 사례는 용서라기 보단, 그 일들에 대해 상처 받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더 이상 미워하지 말자라는 마음, 나에 대한 마음이자 이해이지, 어떤 '잘못', '죄'에 대한 용서라기엔 제대로 그 잘못과 죄가 가해 피해 사이에 제대로 규명, 정의되지 않았기에 르완다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극에서 르완다와 배우, 연출의 사례들을 용서의 범주안에서 조금이나마 연결 지을 수 있었던 건, 그런 나에 대한 이해에서 결국 상대를 제대로 용서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리하자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호작용이었던 르완다 사례와 다르게 가족과 관련했던 실제 사례들은 상호작용이 아니기 일방향의 용서 또는 나를, 그리고 너를 이해하는 마음이어서 결이 좀 다른가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또한 용서를 향한 출발점이자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신호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봤습니다.


용서와 화해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용서는 화해에 비해 좀 더 일방향적이고 화해는 좀 더 쌍방향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저는 용서라는 것 또한 제대로 가해. 피해가 서로에게 제대로 인지 되었을 때 '용서'라는 제대로 된 의미가 실현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근데, 용서가 또 꼭 필요한가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저는 용서가 서로 인지되어야 제대로 된 의미가 실현된다고 느꼈는데, 꼭 실현'되어야만' 하는 것이라곤 생각이 잘 안 들었습니다. 용서가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겠만, 또 그렇게 우리의 삶들이 꼭 이상적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입니다.
극에서 보여준 그런 나를, 너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자유로워지는 것은 좋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또 더 깊이 있게 접근하여 서로가 용서(좀 더 깊은 의미의 상호 간의 용서)의 과정을 가지지 않아도 충분히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나싶기도 했습니다. 그때 그랬었지라는 마음으로 지나치고 굳이 용서, 화해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때도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굳이 용서나 화해가 필요한가라는 마음이 들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넘어가고도 잘 살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도, 모르겠는 마음이었습니다.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어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3. 
그런데, 정말 르완다 사례의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했을까 궁금했습니다. 녹취록을 바탕으로, 그중 일부 발췌되어 꾸려진 공연을 봤을 땐, 사실 진정 용서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찾아가는 르완다 사건의 가해자가 그 또한 또다시 물리적이진 않지만 감정적으로 폭력적인 접근이라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냥 이런 것들이 궁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또 오랜만에 가져서 참 좋았습니다.

 

4. 배우들, 그리고 극단

 

두산아트센터 공연 설명에 이 연극 쇼캐이스를 작, 연출한 추태영 연출이 극단 명작옥수수밭 연출부 소속이라 적혀있었습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에서는 <세기의 사나이>, <헤비메탈 걸스>, <안녕, 후쿠시마>, <외톨이들> 등 꾸준히 연극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극단에서 올라오는 공연들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공감되기도 하여, 저도 기회가 되고 시간이 되면, 올라오는 공연들을 찾아보곤 했던 극단입니다.

 

연출이 이 극단에 속해있어서, 출연한 배우들도 극단 명작옥수수밭에 소속된 젊은 배우분들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몇몇 분은 제가 전에 봤던, 이 극단에서 올라왔던 연극인 '외톨이들(추후에 꼭 정리를 꼭 할 연극입니다.)'에서 봤던 배우분들도 계셔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극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 쇼케이스엔 이경훈 김수민 이창민 박석원 조수지 강수현 김설빈 김윤아 정아람 배우가 참여하였습니다.

 

외톨이들 이후 두 번째 봐서 그럴까요, 특히 기억에 남는 배우는 정아람 배우, 김설빈 배우, 박석원 배우였습니다. 정아람 배우는 이목구비 뚜렷한 외모에 전달력 있는 발성,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김설빈 배우는 웃긴 역할도, 진지한 역할도, 모두 잘 해내시고 개성 있는 마스크로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박석원 배우는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이 이분의 장점인 듯했습니다.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고, 좋은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고, 연출과 배우들의 생각 또한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극을 무료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쇼케이스였지만 나중에 더 발전시켜 연극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봅니다.